수제비의 추억

By | 2017년 11월 30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음식은 수제비입니다…. 였ㄷㅏ…

 

여기엔 좀 사연이 있는데, 우선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캐릭터를 좀 알아야 합니다. 우리 아버지는… 후후… 무하하하… 요즈음 메갈리아나 워마드에서 말하는 한남충은 우리 아버지에 비하면 매너남입니다. 감히 유아인 따위를 한남이라고 매도하는 덜떨어진 아이들에게, 돌아가시지만 않았다면 우리 아버지를 소개시켜드리고 싶ㄷㅏ. 아마도 이제껏 본인이 매도한 대부분 남성들에게 정중히 사과할 마음이 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것들은 생략하고… 아무튼 본인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가운데 단 하나도(예외가 있다) 자기 손으로 만들어 먹은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라면도 본인 손으로 안 끓여 먹었ㄷㅏ. 가족들이 갖다 바쳐야 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딱 하나의 예외가 있었ㄷㅏ.

 

나의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뛰어나신 분입니다. 물론 미슐랭 스타급은 아니지만, 동네 맛집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는 분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 식당을 운영하셨는데 한 이 년 정도 운영하니까 소문 듣고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회식을 오고, 뽀빠이 이상룡 아저씨가 먹으러 오고 했던 정도였ㄷㅏ.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빈한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는, 가게가 바글대고 장사가 잘 된다 싶으면 꼭 단골 중에 어머니에게 성적인 농담을 던지는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항상 구석에 숨어서 출격 태세를 갖추고 있던 우리 아버지가 그 자식하고 멱살잡이를 하고, 그러다보면 손님들 다 나가고…

 

 내가 메갈리아를 존중하고 옹호했던 이유 가운데 이런 어린 시절의 기억도 꽤 큰 작용을 했던 것 같ㄷㅏ. 음식 맛있게 잘 처먹었으면 조용히 돈 내고 갈 일이지, 왜 꼭 되도 않는 말을 해서 남의 집 분란을 일으켜? 이를테면 단골 중의 하나는 항상 우리 어머니에게 ‘여보!’라고 부른ㄷㅏ. 그러고 한참 있다가 ‘세요’ 이게 재미있냐 씹새끼야? 그 씹새끼가 이 짓거리를 하고 나면 그날 저녁 우리집은 피가 터지는 전쟁터가 됩니다. 한쪽 구석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던 아버지가 “그 새끼가 여보라고 부르는데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고 어머니를,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두드려팼ㄷㅏ. 전쟁터에 참여했던 인간이라 손에 잡히는 대부분 것을 무기화했습니다. 나는 이때 하도 질려버려서, 여자들에게 이런 유사한 농담도 안 건넨ㄷㅏ. 이런 새끼들은 혓바닥을 자르는 법 같은 거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

 

아무튼 이런 아버지가 희한하게 눈을 반짝이고 만드는 음식이 있었ㄷㅏ. 그것은 수제비였ㄷㅏ. 오늘 ‘냉장고를 부탁해’ 재방송이 있었는데 이국주와 박나래가 출연했습니다. 둘 다 수제비를 너무 좋아한다고 얘기하고 셰프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창의적인 수제비를 만들어주었ㄷㅏ. 허나 나에게 수제비는 또다른 고통의 기억입니다.

 

가끔 아버지가 수제비를 만들어먹자고 할 때가 있었ㄷㅏ. 다른 음식은 손도 안 대는 인간이 이때는 정말 이상하리만큼 눈을 반짝거리고 대부분 과정에 간여합니다. 심지어 반죽도 자기 손으로 치댄ㄷㅏ. 들통이라고 요즈음엔 거의 사라진 것 같은데, 옛날에 빨래 삶을 때 쓰던 커다란 솥에 물을 거의 10리터 정도 채우고는 멸치 한 줌 정도 집어넣는ㄷㅏ. 밀가루 반죽을 하고는 한주먹 떼어내서 두어번 주물럭대고는 그 들통에 집어넣는ㄷㅏ. 물론, 요리에 조예가 있는 어머님이 옆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하지만 듣지도 않는ㄷㅏ. 한 시간 정도면 완성(?)이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십 리터 정도 되는 물에 멸치 한 주먹 집어넣은 것이 양념의 전부입니다. 나머지 맛은 미원과 다시다로 맞춘ㄷㅏ. 좋게 말하자면 담백의 극치입니다. 대강 뜯어넣은 수제비는 너무 두꺼워서 한 시간을 삶아도 제대로 익지도 않고, 먹다보면 수제비 한 가운데엔 생 밀가루가 여전히 남아 있기도 했다, 그 비린 맛은 직접 먹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수제비를 먹자고 하면 진지하게 가출을 고민할 정도였ㄷㅏ. 그래도 아버지는, 지금 생각하면, 참 잘도 드셨ㄷㅏ. 정말 맛있어서 드셨는지, 아니면 본인이 주도한 작품의 결과물이 이 정도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맛있는 척 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한동안 가난했던 시절에 수제비로 끼니를 해결했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진심으로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먹을 게 없었으면 그딴 개도 안 먹을 음식 따위로 허기를 메웠을까.

 

그런데, 내가 제대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모 사회단체 간사 일을 하던 선배와 종로에서 만날 일이 있었ㄷㅏ.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하더니만 무슨 항아리 수제비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정말 순간적으로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올 뻔 했습니다. 장난치냐 씨팔, 수제비 따위 개도 안 먹는 음식 나보고 처먹으라고? 정말 상황 봐서 상 엎어버릴 생각까지 했었ㄷㅏ. 그런데… 한 숟갈 먹어보니까… 맛 있었ㄷㅏ…. –;

 

한참 먹다가 깨달았습니다. 수제비는 죄가 없습니다. 이상스런 밀가루 반죽 삶은 것을 수제비라고 우겨댄 우리 아버지가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그분을 못 본 지 십 년이 넘었ㄷㅏ.

 

한 이십 년이나 삼십 년이라면 더 좋았을 것을…